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실현을 약속한 가운데 당시 공기업에 근무하는 직원 3명중 1명은 비정규직원으로 조사했다. 350곳의 공공기관에 12만명 수준의 다양한 유형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까지는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 풀어야할 쟁점도 만만치 않다. 문제인 정부로서는 우선 공공부문에 비정규직 해소에 모범을 보임으로써 점차 민간부문으로 확대 적용해 나가겠다는 포석일 것이다. 문제는 공공무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방법론이다. 인천공항공사 만해도 잘 나가는 공기업으로 꼽힌다. 그래서 대통령이 방문하여 즉각 비정규직 1만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에 착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332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11만 8천여 비정규직전체로 확대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제 공기업이 앉고 있는 부체는 1,000조이며 매월 수백억의 이자도 부담하고 있다. 공기업은 수익사업을 하는 기업체라 자체수익 범위 내에서 인건비를 사용해야 하지만 인건비적자분은 국가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역대정부에서 공기업의 부체를 줄이기 위해서 민영화와 성과연봉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왔으나 부체는 오히려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부체는 결국 미래세대가 부담해야하는 엄중한 현실이다.
공기업직원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선발된 양질의 인적자원이다. 비정규직은 경쟁 없이 필요에 따라 체용 된 직원들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의하면 협력사 신규체용자 3,604명의 체용과정에서 체용공고가 재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비공개 몰래체용”이 이뤄졌다고 했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실력이 부족하다하더라도 선거에 도와준 사람, 힘 있는 공기업임직원이나 정치가들에게 청탁하여 비정규직으로 손쉽게 들어와서 나중에 정규직전환방식으로 신분을 변동하면 가장 수월한 선발방식이 된다. 배경이 없어 공기업 비정규직이라도 들어가지 못해 허탈해 하는 청년들도 수십만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공기업에 체용원서를 내지조차로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12만명이나 되는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그렇지 않아도 공공기관 임직원들 자녀의 고용세습이 심각하여 현대판 음서제도라 하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어왔다. 실제로 고위공직자 청문회 검증과제에서 자녀의 불투명한 공기업취업이 항상 문제가 되었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을 위해 비정규직선발제도나 임직원자녀 세습제를 배제하고 공무원시험처럼 필기시험을 도입하는 등 공정한 임용관련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대통령의 말씀처럼 비정규직을 일방적으로 정규직화 하는 것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일인가에 대해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 정부 때부터 가뜩이나 방만한 경영으로 공공개혁이 도마에 올라 핵심자산까지 매각하거나 구조 조정에 착수한 기관들이 다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강요하면 부담은 결국 공공기관 서비스료나 세금 인상 등을 통해 국민에게 되돌아올 뿐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1인당 인건비는 국민소득의 두 배가 넘는 금액에 이르는 상황에서 공공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위한 비용을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제로시대에 사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고용경직성이다. 현제 고용업체에 고용하고 있는 콜센터 인력을 자회사로 전환하거나 직접고용하게 되면 당장은 인건비 상승이 없다 해도 경영실적 악화 시에 인력감축이 어려워져 미래의 부담이 커진다. 예산지원이 없으면 신규체용이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쪽에서는 가득이나 부수기 힘든 공공기관의 철 밥통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산주의 사회처럼 모두가 평등해져 한 치의 격차도 없는 사회라면 행복하지도 발전하지도 못한다. 뒤르켕은 교육은 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따라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한다(교육사회기능론).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각자의 운명이지만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선발하여 계층이동을 할 수만 있다해도 공정한 사회이다.
대통령의 공약대로 81만명의 공기업 임직원을 늘리는데 수십조의 예산이 소요된다. 납세자들의 피와 땀이 들어간 소중한 국민세금을 특정집단에게 선심용으로 사용해서도 안 되고 사회적 취약계층과 필요한 여러 분야에 적정하게 사용해야 한다. 공공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은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통행하는 것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양보와 타협의 원칙부터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노간에 노사간에 얼굴을 맞대어 서로 양보하면서 자체 인사규정을 마련하여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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