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는 것과는 달리 문화 분야에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골자다.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상을 담은 '그랜드비전'은 고사하고 지역의 최대 현안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정상화나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 구축 측면에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문화를 통해 광주 경제의 미래를 그리겠다'며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문화경제부시장 직제를 도입했지만 그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용섭 시장은 지난 2018년 민선 7기 출범 직후 첫 결재로 시장직속 일자리위원회 신설과 함께 문화경제부시장 인선안에 서명했다.
'경제'보다는 '문화'에 방점을 두고, 단순히 문화나 예술만을 관장하는 자리가 아닌 문화를 통해 광주경제의 미래를 만드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취지였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첫번째 시도였다.
광주시의 문화부시장직은 민선 4기 때부터 꾸준히 논의돼 왔던 사안으로, 매번 경제 분야 콘트롤타워인 경제부시장이 시급하다는 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이용섭 시장은 달랐다. 기존 경제부시장 직제에 문화행정을 더하는 문화경제부시장직을 전격적으로 신설했다. 경제통이자, 일자리 시장을 표방하는 자신이 시정을 총괄하고, 광주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문화는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인물에게 맡겨 문화와 경제가 어우러진 광주의 미래상을 만들어간다는 큰 그림이었다.
그렇게 도입된 문화경제부시장은 초대 이병훈 부시장에 이어 현 조인철 부시장까지 2명을 배출했다.
하지만 당초 뜻한대로 문화경제부시장 직제의 취지를 십분 발휘했느냐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광주형 일자리를 비롯해 사상 최대 국비확보나 중앙정부와의 가교역할 등 기존 경제부시장 역할에 있어서는 나름의 성과를 냈지만 문화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병훈 전 부시장(현 국회의원)이 노사 상생의 광주형 일자리에 '올인'하면서 20여년 만에 국내 완성형 자동차공장,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출범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 부시장은 기획재정부 출신답게 지역현안사업 국비확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으며 광주의 미래 핵심 산업인 인공지능(AI) 산업 기반 확충과 관련기업 유치에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과기정통부의 예타 면제사업 선정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문화 쪽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전남의 '블루 이코노미'에 버금가는 광주만의 그랜드비전이 없다.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상을 한 눈에 볼수 있도록 긴 호흡의 로드맵이 필요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할만 한 게 보이지 않는다.
지역의 최대 현안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정상화도 겉돌고 있다. 5조2900억원대 대형 국책사업이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쪼그라들었고, 현재 예산집행률이 3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전체 사업기간이 불과 3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제외하면 나머지 5대 문화권 사업 등은 지지부진하다.
문화 관련 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지역 문화현안 해결이나 기초 문화예술의 활성화, 문화민주주의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광주만의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 구축을 기대했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지역문화계와의 소통 측면에서도 불만이 많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긴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하물며 광주문화재단 대표 선임 문제도 수차례 난맥상을 보일 정도라면 문화계의 '컨트롤 타워'라는 자리가 무색하다.
이런 지적은 지역문화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광주문화도시협의회·광주민예총·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등 광주지역 문화단체들은 "문화도시 광주를 표방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문화적인 삶은 정체돼 있고 문화생태계는 고사 직전에 있다"며 "문화경제부시장이 경제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특히 "광주시의 문화행정과 정책은 시민들의 문화적인 삶과 문화예술인의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립돼야 한다"며 "문화경제부시장은 무늬만 문화가 아니라 지역의 산적한 문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휘 기자 hwi757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