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행정 탓에 26년 동안 도심 흉물로 전락한 지산유원지 재개발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이기리 부장판사)는 지산유원지 조성사업 일대 토지소유자인 A사가 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 사업 시행자 지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절차상 하자를 근거로 "광주시가 B사를 지산유원지 조성사업 시행자로 지정한 행정 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A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사업 대상 토지 3분의 2이상 소유 및 토지 소유자 2분의 1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B사는 광주시에 사업 대상 토지 전체 소유자 142명 중 72명의 동의서를 제출했다.
광주시는 2018년 3월 지산유원지 일대 82만9250㎡에 대한 도시계획시설(유원지) 사업 시행자로 B사를 지정·고시했다.
재판부는 "B사가 제출한 72명의 동의서 중 52명의 경우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지 않거나 첨부된 인감증명서와 동의서의 인영(印影)이 다르다. 소유자의 진정한 의사에 의해 작성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 유효한 동의서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B사는 사업 대상 토지 소유자 중 20명의 유효한 동의서만 제출했다고 봐야 한다. 광주시의 행정 처분은 관련법이 요구하는 토지소유자의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의서의 외관상 그 하자를 쉽사리 알 수 있는데도 이를 유효로 처리하였다는 점 등에 비춰 그 하자의 명백성도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지산유원지는 1978년 4월 문을 연 이래 호텔, 골프연습장, 모노레일, 유희시설, 각종 상가 등을 갖추면서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다. 1994년 사업자의 부도로 호텔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유원지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돼 왔다.
2018년 이곳 유원지 사업자로 지정된 B사는 비지니스 호텔, 컨벤션센터, 직업체험관, 수영장, 짚라인 등을 갖춘 복합유원지를 조성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낸 바 있다.
박근휘 기자 hwi757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