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긴 역사에서 볼 때 재난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당연히 재난은 인류가 피하고 싶고 마주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어찌 보면 그 또한 인류 역사의 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만약 재난이 없었다면 지금쯤 지구는 인구의 과포화 상태 속에서 더욱 신음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재난들은 인류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그 도(度)가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촌시대’라고 하여 국경을 초월하여 상호의존성이 증대된 세계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코로나 19의 팬데믹(Pandemic)은 국가와 국가 간에 높은 장벽을 쌓아 올렸다.

그 여파로 촉망받는 산업이었던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영화산업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의 삶을 바꾸고 산업구조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만이 아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정말 심각한 위기는 ‘기후변화’가 아닐까 싶다. 20여 년 전 알라스카에 갔을 때 빙산이 녹아내리는 것을 보며 크게 놀랐었는데 지금 지구는 곳곳에서 지구온난화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서부지역의 대형 산불은 이제 다반사가 되었고, 심지어는 러시아 시베리아의 산림에서도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여 지하에 매장된 가스폭발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재앙의 원인이 사실은 우리 인간들로부터 비롯되었고, 앞으로도 우리들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면 재앙은 계속될 것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근검과 절약을 견디지 못하고, 풍요에 길들여진 삶은 화석연료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지구는 점점 뜨거워져 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를 구하자’라는 구호 아래 어렵게 등장한 ‘파리기후협약’이 미국의 국익에 반대된다며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의 재신임을 받는 데 실패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복잡한 것 같지만,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모두가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 물질 만능에서 벗어나 다시 반세기 전의 근검과 절약이 미덕인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화석연료의 낭비를 줄여야 하고, 자연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겨울에 다시 내의를 입어야 하며 여름에는 부채를 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모든 국민들이 함께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여야 한다. 최근 이곳저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인문학 강의도 그 근본 취지는 그동안 물질주의에 젖어온 현대인의 마음을 친자연적·친환경적으로 바꾸어 보자는데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하여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상생(相生)을 중히 여기고, 현재의 우리의 삶만이 아닌 후세의 삶도 걱정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본다면 ‘복지예산’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과도한 복지는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의 후대들에 어두운 그늘을 넘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복지를 지향하되,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미증유의 코로나1 9 팬데믹을 계기로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들을 재성찰할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무의미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잘못이 있거든 고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過則勿憚改)”는 공자님의 말씀이야말로 재난의 위기에 직면한 이 시대에 주는 가장 훌륭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