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의 나이 48세에 전라감사로 남원에 내려갔을 때 총명하고 깜찍한 자미라는 어린 기생을 만나 글을 가르치자 시문에도 재능을 보여 그녀를 가까이 불러 거문고를 뜯게 하거나 자신이 쓴 시를 읊게 하였다. 자미가 머리를 올려주겠다고 해도 너무 어린 기생이라 송강은 그녀를 고이 지켜주었고 각별히 아꼈다. 그녀는 그런 송강의 인간적인 배려에 감동되어 평생의 지아비로 생각하게 되었다. 자미라는 기녀 이름을 ‘강아’라고 바꾼 것도 송강의 강을 빌려 쓰는 것으로 송강의 여자임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승지로 임명받은 정철은 1년도 안 되어 한양으로 떠나게 되자 자미는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러한 자미를 눈치챈 정철은 ‘자미를 읊다’라를 작별의 시를 주며 그녀의 마을을 위로하였다.

불빛 가득한 동산에 자미화 곱게 펴고
얼굴은 옥비녀보다 곱구나.
망루에 올라 장안을 바라보지 말라.
거리에 가득한 사람들
모두 네 모습 사랑하리라.

이 시에는 강아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당부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송강은 56세 때 광해군의 세자책봉을 진언하다 선조의 노여움을 사 강계로 유배를 갔다. 그의 유배와 낙향은 관동별곡, 사미인곡, 성산별곡, 속미인곡 등 불후의 가사 문학을 남기게 했다.
송강이 왕의 진노를 받아 강계에 유배되어 힘겨운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듣고 그를 찾아 나선 것이 달포 전이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 정철은 강계에 있다가 선조가 평양에 피난 온 것을 알고 찾아갔다. 선조는 강계로 떠나갈 생각이었지만 정철의 만류로 의주로 떠날 것을 결정한다.

정철은 선조의 특명으로 전라, 충청도의 도체찰사로 임명된다.

자미는 송강을 만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강계에 가던 도중 임진왜란이 발발한 것이다. 그녀는 적진을 뚫고 다시 남하하다가 왜군에게 붙잡혔다. 의병장 아랑의 권유로 자기 몸을 조국의 제단에 바치기로 하고 왜병장수 고니시유키나카를 유혹해서 정보를 케내어 아군에게 제공하였다. 그녀의 활약으로 결국 전세를 역전시켜 평양이 탈환된다. 자미는 임진왜란의 숨겨진 영웅이다. 송강의 따뜻한 사랑에 자미는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쳤던 것이다.

자미는 정철을 바람처럼 이슬처럼 그리다가 그 후 떠나 여승이 되었다. 그 후 정철이 사망하자 정철이 묻힌 고양시로 찾아가 시묘살이를 하다가 그녀도 죽어 정철의 묘 근처에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