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방송 = 양인석 기자] 종주국 일본 유도의 심장에 태극기를 꽂겠다는 다짐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귀화 제의를 뿌리치고 태극 마크를 가슴에 품었던 재일동포 3세는 일본 유도의 본산 무도관에서 자랑스러운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창림(27·KH그룹 필룩스)이 드디어 올림픽 첫 메달을 수확했다. 자신이 유도의 꿈을 키워온 일본에서 거둔 성과라 더 값졌다.

안창림은 26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르조프(아제르바이잔)를 꺾었다. 지도 2장씩을 받은 가운데 종료 직전 업어치기 절반으로 이겼다.

두 번째 올림픽 만에 목에 건 메달이다. 안창림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경험 부족으로 16강에서 탈락한 바 있다.

절치부심 안창림은 도쿄올림픽을 준비했다. 특히 재일동포 3세로서 일본유도연맹의 귀화 제의를 마다하고 고국을 택한 안창림이다. 유도 종주국 일본이 보란 듯이 도쿄에서 메달을 따낸 것이다.

무엇보다 안창림에게 뜻깊은 장소가 일본무도관이다. 무도관은 지난 1964년 도쿄올림픽 당시 유도 경기장으로 쓰려고 지어진 일본 유도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또 다른 일본의 국기(國技) 가라테 등도 열리는 장소다. 안창림이 처음으로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곳이 바로 무도관이다.

여기까지 오르는 길도 험난했다. 안창림은 32강전에서 리우올림픽 66kg급에서 안바울(남양주시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파비오 바실(이탈리아)와 연장 끝에 안다리후리기 절반승을 거뒀다.

16강전에서도 안창림은 키크마틸로크 투라에프(우즈베키스탄)와 접전을 벌이다 부딪혀 코피까지 나는 그야말로 혈투를 펼쳤다. 역시 골든 스코어(연장) 끝에 승리한 안창림은 8강전에서도 토하르 부트불(이스라엘)과 연장 승부에서 이겼다. 3경기 연속 연장의 체력적 열세를 딛고 금메달까지 따낸 것이다.

하지만 안창림은 4강전 고비를 넘지 못했다. 라샤 샤브다투시빌리(조지아)와 경기에서도 골든스코어(연장전) 접전을 펼친 끝에 반칙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안창림은 굴하지 않고 값진 메달을 품에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