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숲길을 걷다 보면 우리의 인생도 어느새 타오르는 가을에 물들어 간다. 가을은 잠시 스쳐 지나가지만, 낭만과 향기가 가득하고 많은 상념을 하게 한다.
삶의 모퉁이를 돌고 돌아 추억과 낭만이 있는 가을 여행을 위해서 누군가와 멀리 떠나고 싶다. 추워지기 전에 가을의 낭만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무심코 걸어왔던 기나긴 시간 속에서 가을이 건네주는 아늑함을 껴안으며 낙엽 한 잎에도 감사와 찬미를 보낸다.
그리고 계절의 여유로움을 느껴본다. 꽃잎이 스쳤던 자리들, 그리움이 호수처럼 고여있던 한적한 숲길에서 외롭고 쓸쓸한 대로 고요함을 묻어둔다.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낮추며 향기로운 가을빛 향연에 살가운 미소를 띄워 본다.
가을 단풍처럼 화려한 빛으로 물든 나의 가슴에도 가을이 익어간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아련한 그리움이 밤하늘의 별처럼 아롱져 온다.
어제는 오늘 일을 몰랐던 것처럼 내일 일도 알 수 없기에 미래는 늘 신비롭고 영롱하다. 우리는 어쩌면 지나가 버린 과거에 연연하며, 사소한 일에 늘 운명을 걸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 충실하며 알 수 없는 미래가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예감에 외롭고 쓸쓸한 이 가을을 그리움으로 달래본다. 그리움의 잔상에 조금 아파하면서도 가을이 준 선물이라 생각한다.
가을은 멀쩡한 사람에게도 쓸쓸함을 더하게 한다. 떨어지는 낙엽이, 이정표 없이 불어오는 바람이, 가을이 주는 상념은 더욱 그러하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바라만 보아도 사색이 깊어진다.
다가오는 것보다는 떠나는 것이 많아서일 것이다. 저물어 간다는 것에 대한 애잔함 때문일 것이다. 한잎 두잎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간직할 수 없는 오늘의 아름다움과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지금 떠나는 쓸쓸함보다 익어가는 성숙함으로 가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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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단풍이 한창일 때보다 잎들이 빛을 발하고 떨어지는 모습을 보일 때가 가장 가을답다. 옷깃을 여미는 바람에 굴러떨어지는 낙엽 소리를 들으며 저물어 가는 우리의 인생도 낙엽과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세상의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의 인생도 한때는 젊고 푸르다가 오색찬란한 빛을 발한 후에 볼품없이 생을 마감하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흔적이 누군가의 마음에, 누군가의 심장에 새겨진다면 그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따뜻한 마음을 잃으면 인생이 외롭고 힘들어진다. 사랑하고 베푸는 곳에 인정은 넘치고 마음은 따뜻한 햇살이다.
가을을 기다리는 때가 얼마 전 같은데 이제 조석으로 쌀쌀하게 느껴진다. 춥다고 웅크리면 더 오한이 들지만 일어나 뛰면 이마에 땀이 난다. 슬퍼하면 더 눈물이 나지만 이까짓 쯤이야 해 버리면 가벼워진다.
인생이 무겁다고 주저앉으면 절망이 다가오지만, 깃털처럼 날려버리면 하늘이 도와준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지금의 고단함이 추억으로 남아 있으리라.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감사의 계절이다. 풍성한 결실을 바라보면서 하나님께 감사함을 드린다. 결실과 감사, 사색 그리고 어디를 둘러보아도 이토록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위를 보면 하늘이 더욱더 파랗고 높아 보인다. 고개를 돌리면 나무는 색깔을 바꾸어 각자의 색깔을 보이면서 뽐낸다. 바닥을 보면 어느덧 떨어진 낙엽들로 걸을 때마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들린다.
좀 더 멀리 바라보면 하얀 갈대들이 너울대며 살랑살랑 거리며 손짓을 한다. 찬란한 노을과 파란 하늘, 코스모스와 더불어 은빛 억새가 잘 어울리고 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고 고독을 즐기는 계절이기도 하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지나가는 가을을 느끼면서 고독이 만들어진다. 고독은 외로움에 찐한 감정이 더해져 만들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온전하게 찾아가는 느낌이고 감정이다.
철저하게 고독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또한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고독을 느끼면서 즐기다 보면 어느덧 행복으로 이어진다. 행복은 내 마음이 변화되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자신의 감정과 느낌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