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산조는 우리 남도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충청도나 경기도 남부로 전파되었고, 월북예술인인 안기옥과 정남희에 의해 북한으로 전파되어 꽃을 피우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으리라” 말처럼 나는 판소리나 가야금 산조에 대해서는 문외한으로 별다른 관심도 없었으나 올가을의 끝자락에 나주시에서 주관하는 예술역사탐방 산조 여행에서 산조 음악을 꽃피운 명인들의 예적지에서 자랑스러운 산조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고 특히, 산조 명인들의 뛰어난 공연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문화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이루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이지영교수 가야금 산조<사진=대한미디어그룹/대한여성일보 특별취재본부장 윤은상 기자>

첫 번째 날은 가야금 산조의 중시조로 불리우는 안기옥을 대표로 판소리와 소고춤의 안채봉, 가야금 산조의 김종기의 예적지 남평을 방문하였다. 안기옥은 김창조의 수제자로 가야금 산조를 완전한 독주 음악의 한 분야로 정립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안기옥 산조보존회의 가야금 산조 연주와 함께 가야금 산조의 유서를 간직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둘째 날은 정남희가 살았던 나주 다시를 방문하였다.

다시는 나주 안에서도 내로라하는 곡창지역으로 풍요로운 고을이었다. 경제적인 여유로움에서 풍류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하여 예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되었다.

정남희는 그런 환경 속에서 음악적인 자질을 발휘하며 성장을 이룬 뒤 일찍이 나주를 떠나 전국을 무대로 활동했던 가야금의 명인이다. 가야금 연주자외에 창극 운동을 펼친 배우로서도 유명하다.

그리고 가야금 산조 가락은 이름난 제자들에게 전해져 이 땅에 당당한 유파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가 남긴 고음반과 초청 명인들의 연주를 감상하면서 남도의 산조 음악의 역사를 되새기게 하였다.

셋째 날은 화순 동복 “오판기 풍류방”을 찾게 되었다. 한숙구는 해남 출신으로 가야금 산조의 1세대로서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라는 설도 있다.

화순 동복 오판기 풍류방 터<사진=대한미디어그룹/대한여성일보 특별취재본부장 윤은상 기자>

그는 가야금외에도 대금, 양금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었던 만능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화순 동복의 예적지 “오판기 풍류방”에서 활동하였으며 남도를 상징하는 위대한 기악 독주 음악 산조의 창시자이다.

그는 만석궁 오판기 풍류방에서 머무르면서 안주한 나머지 더 많은 제자들에게 그의 뛰어난 재능을 전수하지 못하였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의 예술업적을 기리고 이 시대 산조 명인들의 음악을 감상하며 남도의 예술문화를 깊이 이해하는데 좋은 시간을 갖게 되었다.

산조는 그 뜻이 허튼 가락이라는 의미로 말 그대로 다양한 조로 짜여진 우리 민족 기악음악이다. 예로부터 전라도를 비롯하여 충청도와 경기도 남부지역은 무속음악과 관련이 있는 시나위와 봉장취 같은 기악곡이 많이 연주되는데, 여기에 판소리 가락을 도입하여 독주 악기 연주곡으로 발전시킨 것이 산조이다.

19세기 말엽에 가야금과 거문고, 대금 등 여러 악기에 능통했던 영암 출신 김창조 명인이 가야금 산조를 지여 연주한 것이 처음이며, 같은 시기에 한숙구와 박팔괘와 같은 명인들도 비슷한 산조 가락을 지어 연주하였다.

시나위가 무속음악에 기반을 두고 즉흥성이 강한 기악 합주 음악이라면 산조는 남도의 판소리와 시나위 가락에 기반을 두고 일정한 형식미를 갖춰 정형화된 기악 독주 음악이다.

시나위가 주로 남도 계면조의 악조만으로 구성되고 청의 변화가 없이 비교적 단순하나 산조는 판소리에 영향을 받아 우조, 평조, 계면조, 강산제, 설렁제 등 다양한 악조로 이루어져 청의 변화도 많다.

산조는 본래 독주 악기를 위한 음악으로 장구 반주를 곁들어 연주하는데 다른 악기와 화음이나 협력 없이 오로지 하나의 선율로 이루어지는 가락을 죄었다 풀었다 하는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각각 악기 마다의 독특한 멋을 잘 정제해 드러낸다.

오늘날 많이 연주되고 있는 것으로는 가야금 산조와 거문고 산조를 비롯하여 대금 산조, 해금 산조, 아쟁 산조, 피리 산조 등이 있고 여러 악기가 한데 어울려 연주하는 산조 합주나 산조 병주도 만들어져 연주되기도 한다.

전북대학교 정회천 교수 가야금 산조 <사진=대한미디어그룹/대한여성일보 특별취재본부장 윤은상 기자>

가야금 산조는 김창조 명인이 창조되었고, 거문고 산조는 백낙준 명인이, 대금 산조는 박종기 명인, 해금 산조는 지용구 명인이 처음 만들었으며, 아쟁 산조는 8.15 광복 후에 한일섭 명인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단은 판소리 장단을 기본으로 하여 가장 느린 진양조 장단으로 시작하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등 점차 빠른 장단으로 감정을 고조시켜 가며 끝나는데 그 구성은 악기와 유파에 따라 엇모리, 굿거리, 단모리 등을 삽입하기도 하여 조금씩 다르다.

이러한 산조 음악의 가치는 악기마다 독특한 자신의 빛을 발휘하여 그 멋과 흥을 마음껏 뽐내게 하여 우리 전통 음악의 지평을 무한히 확장하였다는데 있다. 현재 거문고 산조와 가야금 산조, 대금 산조는 각각 국가 무형문화제 16호, 제23호, 제45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