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족도리에 연지곤지 찍고 꽃가마 타고 시집가는 시골풍경은 언제 보아도 명장면이다. 옥계마을에서 제법 뼈대 있는 집안의 ‘순덕 아씨’는 이웃 동내 부잣집 외아들 이찬봉의 아들 긍재에게 시집갔으나 치매가 있는 시할머니, 바람둥이 시아버지, 엄한 시어머니 윤씨, 이기적인 시누이 때문에 순탄치 않는 시집살이를 한다.
긍재는 은심이라는 여학생을 사랑하고 있다. 남편은 은심이가 아들을 출산하자 순덕 아씨를 친정으로 쫓아낸다. 순덕 아씨도 딸을 낳고 다시 시댁으로 왔으나 남편은 은심이와 한집 살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긍재는 순덕 아씨를 학대하며 이혼을 강요한다.
남편 긍재는 은심에게 빠져 가사를 축내고 6.25 전쟁이 끝났으나 여러 차례 사업 실패로 집안의 가세는 기울어간다. 이러한 가정생활의 어려움 가운데도 시부모님들을 극진히 모시며 인고와 희생을 숙명으로 여기며 역경을 헤쳐 나간 한 여인의 삶을 그렸다.
아씨의 삶은 어쩜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과 헌신으로 살아온 우리네 어머니의 삶과도 같아 마음의 울림이 있는 깊은 드라마였다.
하루를 편하게 살려면 베개를 잘 베고 자야 하고, 한 달을 편하게 살려면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야 하고, 1년을 편하게 살려면 맛있게 장을 담아야 하고, 10년을 편하게 살려면 집을 잘 지어야 하고 반평생을 편하게 살려면 이상적인 배우자를 만나야 하고 평생을 편하게 살려면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말이 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하고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누리는 것이 모두의 꿈이고 소망일 것이다.
우리가 결혼했던 1980년대의 배우자 선택기준은 사람 됨됨이와 성실성을 우선으로 하였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였기에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빈 몸으로 시작하였다.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해야겠다는 각오로 근검절약하면서 열심히 노력하여 나름대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당시에는 초등학교만 나온 친구들도 결혼하여 훌륭한 가정을 이루고 오히려 더 잘살고 있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우리는 자녀세대보다 자신의 노력으로 더 잘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금수저. 흙수저가 없이 출발점 행동이 모두 같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하리라는 꿈과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배우자 선택기준은 조건보다는 형편에 맞는 배우자를 만나 서로의 노력으로 가정을 일구어 왔다.
그들은 자녀교육에 올인하여 대졸자가 무려 80% 이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자녀의 세대는 불행하다.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고 집을 구하고 결혼하기도 쉽지 않다.
좋은 대학 나와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자들은 더 좋은 조건을 갖춘 배우자를 선택하려고 한다. 남자는 집을 장만해야 하나 치솟는 집값 때문에 집을 장만하기가 점점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희망의 사다리가 치워졌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부모들 또한 아들 결혼에 커다란 부담을 지고 있다.
결혼율이 낮아지고 출산율이 0.78로 최하위로 떨어져 국가 정책적인 고민거리가 되었다.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나 성격 차이로 이혼하는 가정이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집안과 학력 경제적인 배경을 결혼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가정을 이룬 남자들은 직장생활과 자녀 양육을 병행해야 한다. 집값 폭등 때문에 맞벌이를 한다 하더라도 집을 장만하기가 어렵게 되어 잘 사는 부모 만나는 것도, 부자 처가를 만나는 것이 로또라고 생각한다.
요즘의 세태를 반영한 이야기들이다. 요즘 남자들은 아내의 비위도 눈치껏 맞추어야 하고 직장생활도 잘 적응해야 하기에 힘들어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내에게 해야 하는 용비어천가 눈물겹다.
가장 편한 것이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사소한 일 때문에 쉽게 갈등하는 것도 부부 사이다. 옛날에는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며 가볍게 여겨왔으나 요즘에는 한 번 갈등하면 오래 지속된다. 그리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갈등이 적절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옛날 부인에게 남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남편을 ‘웬수’라고 서슴없이 표현한다.
애증이 교차하는 표현이다. 누구 때문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있느냐고 물을 때 남편 혹은 아내 때문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하다.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갈등하는 부부가 많다는 것을 보여 주는 말이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것이 부부 사이다. 배우자를 쉽게 선택했다가 이혼도 쉽게 결정할 수도 있다. 남자가 이혼을 하게 되면 재산은 물론 자녀까지 잃게 된다. 결혼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배우자 선택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너무 신중하다 보니 30대 후반과 40대가 이르러도 혼인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다.
내 친구 중에 자녀교육에 성공한 친구가 있다. 그도 역시 이상적인 며느리 선택을 위해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다.
부잣집으로 장가가서 개성 강한 부인 때문에 힘들어하는 성공한 처남을 보면서 돈보다는 화목과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함을 얘기하고 있다.
이상적인 배우자는 그 어디에도 없다. 행복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없다면 행복은 이룰 수 없는 신기루가 될 것이다. 스스로가 노력하여 훌륭한 남편, 아내가 되어 행복을 자꾸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결혼 생활에 지친 탓인지 나이와는 상관없이 치명적인 질병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는다. 그만큼 결혼이라는 무게에 지쳐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고, 해도 안 해도 후회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되새기게 한다. 어쩜 우리 내 삶이 다 이런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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