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슬프면 내 마음에 슬픔이 번지고 그가 웃으면 내 마음도 기쁨이 퍼진다. 흐리면 흐린대로 개이면 개인대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었던 부부, 그 사람으로 인해서 나의 삶의 의미가 있고 행복이 있다.
부부간의 사랑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가슴 아픈 사연들도 있다.
켈리포니아에 사는 한 주부가 이색광고를 낸 일이 있다. “남편을 염가로 양도합니다. 사냥도구와 골프채 그리고 사냥개 한 마리를 덤으로 드립니다” 였다.
광고가 나간 후 이 주부는 60여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 중엔 남편은 필요 없고 사냥도구와 사냥개만 양도할 수 없느냐고 문의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주부들에게 바꾸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남편과 가구’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꼭 있어야 하는 필수품인데 남편과 가구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정감 있는 언어나 감정의 소통이 안 된다. 세월과 더불어 낡아진다. 쓸모나 값어치도 떨어진다.
오래될수록 칙칙해지고 매력도 없다. 꼼짝도 안 하려고 한다. 때때로 거추장스럽기도 하다. 버리기도 그렇다고 같이 있어도 좋지 않다. 50대 이상 된 중년 여성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나이 먹어 부부만 남아 있으면 적막강산, 남편은 살아 있고 아내가 죽어 있으면 망막강산, 남편이 먼저 죽고 아내가 남으면 금수강산” 남자들이 들으면 서운한 말이지만 요즘 중년 여성들은 이런 소리하며 웃고 산다.
그러나 치명적인 질병 가운데 있는 남편을 위해 최선을 다해 간병하는 아내들의 정성을 보면서 죽정이 같은 남편도 있는 게 낫다는 것이 아내들의 속내일 것이다.
인간의 신체기능은 나이와 더불어 점점 퇴화한다. 기억력도 시력도 떨어진다. 청력이 떨어져 때로는 노인들이 마주 앉아 서로 동문서답하는 경우를 본다. 특히 남자는 은퇴하면 용도가 폐기된다.
젊어서 큰소리치던 남자라 하더라도 나이를 먹으면 다 같아진다. 지금은 남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가부장권이 아버지에게 있어 아내도 자녀들도 아버지의 권위에 복종하였다.
지금은 가부장권이 서서히 모계로 이동하여 경제권은 물론 자녀 양육권마저 아내에게 넘어갔다. 사실상 아내가 가정을 지배하고 있다.
중년을 넘기면서 남자는 여성화되고 남자는 여성화된다고 한다. 나이들면 부드럽고 온순했던 이전의 내 아내가 아니다. 반만년 동안 사람 대접을 제대로 못 받았던 여인들이 재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 소리에 남자들이 추락하고 있는 것일까? 살다 보면 부부싸움을 시작하거니 걸어오는 쪽은 일방적으로 여자쪽이다.
60-70대의 남자들은 아내가 째려보면 무섭다고 한다. 여필종부라는 유교 예법에 따라 살아왔던 우리 부모님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남편들은 아내의 잔소리를 싫어한다. 그래서 아내와의 대화 중에 잔소리라고 느꼈을 때 ‘알았어’ 하면서 대화를 회피하거나 화를 내면서 자리를 떠나버린다. 그러나 일단 끝까지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내의 얘기를 듣다 보면 이해하고 이해하면 오해도 풀리고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루어진다. 평소에 금슬이 좋은 친구가 은퇴하여 아내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평소 아내와의 신뢰 관계가 좋아 아내에게 숨김없이 경제권을 내어 주면서 자신은 아무런 여유자금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다.
은퇴 후에 경제력이 떨어지자 아내에게 의존하다 보니 서로가 불편함을 느끼고 마음이 뒤틀어져 지금은 관계가 서운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친구는 은행에 근무하다 은퇴하면서 은퇴금 중 절반은 아내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관리하였으나 그것도 자녀들과 가족을 위해 사용하다 보니 4년도 안 되어 다 떨어져 애.경사비를 아내에게 손을 내밀다 보니 부부관계가 서운해졌다는 얘기다.
은퇴 후에 부부간에 경제적인 이유로 갈등하며 대화가 끊기고 각방을 쓰는 부부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나이 들면 아내는 첫째도 돈이고 둘째도 돈이고 마지막이 남편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 친구 중에 연말 부부 모임을 갖게 되었으나 퇴임 후에 일정 수입이 없어져 경제적인 갈등으로 서운해져 혼자 나오는 친구도 있다. 평소 부부 경제는 서로가 따로 관리하는 젊은이들이 오히려 합리적인 방식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갈등들이 쌓여서 일본이나 우리나라도 퇴임 후에 황혼이혼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이혼율은 35%라고 한다. 실제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이혼하는 가정을 포함한다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특히 결혼 후 4년 이내에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을 포기한 사람도, 졸혼족도 늘어가고 있다. 부모가 이혼하여 할머니의 양육을 받았지만 요즘 트로트 경연대회에서 성공한 이들도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이혼한 주부들은 이혼 후 겪는 어려움과 후유증을 말하며 이혼을 말리기도 한다. 이혼을 하면 또 다른 행복의 세계가 펼쳐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헤어지고 보니 행복이 아닌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혼 후 70 - 80%는 후회하는 것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행복해야 할 가족이 쓸쓸하게 노후를 보내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로 가정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가족이니 괜찮겠지 잔소리를 계속해도, 조금 큰소리친다 해도 이해하겠지, 말을 안 해도 알겠지” 하는 가족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기대들이 문제이다.
많은 부부들이 비합리적인 습관에 익숙해져 무덤덤하게 살아간다. 둘밖에 없는데도 행복해야 할 가정에 웃음이 없어진다. 행복을 위한 부부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자는 사랑에 인생을 건다면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아내에게 목숨을 건다.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린 여자는 절대로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남녀는 서로가 공존해야 행복하다. 여자들이 원하는 사랑이란 불같이 뜨거운 사랑이 아니고 배려와 관심과 인정과 부드러움이다.
남편들이 아내를 조그만 배려하면 가정에 평화가 있다. 마찬가지로 아내들이 남편의 기를 조금만 살려 주면 남자들은 자기가 최고인 줄 알고 휠휠 날아간다.
남자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동물이다. 자존심에 죽고 사는 것이다. 여자에게 공주 콤플렉스가 있다면 남자들에게는 대장 콤플렉스가 있다.
남자들은 누구나 대장 노릇 할 곳이 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가정이다. 가정에서는 최소한 가장이고 우두머리인 것이다. 그런데 대장을 졸병 취급하는 아내가 문제이다.
가정마저도 날 인정하지 않는다 생각하니 남자들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 때로 오장육부를 뒤집어 놓는다 하더라도 기를 꺽지 말라. 남자들에게 자존심은 생명과도 같다. 요즘처럼 남자의 위상이 무너지고 초라해졌다 하더라도 남자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남편의 위상을 지켜주어야 온전한 가정이 유지될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초라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엽고 긍휼한 마음이 든다.
못나고 부족해도 옆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축복이고 감사의 조건이다. 부부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더욱 빛이 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부부간에 기대지수가 낮을수록 실망이나 절망이 적다.
기대지수를 낮추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상대의 필요를 채워주고 베푸는 것이다. 진정으로 이타적인 것이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배려에는 실망과 갈등이 적어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대지수를 낮추면서 부족한 부분은 가까운 친구와 함께 채우는 것이 노년의 건강에도 좋아져 삶의 만족도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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