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강릉으로 떠나는 열차에 몸을 실고 강릉역에서 내려 역 근처에서 투숙하고 다음 날 오죽헌을 관람한 후 인근에 있는 선교장과 매월당 김시습기념관을 관람하고 경포호와 해변을 거닐다가 길 안내표시판을 따라 허균. 허난설헌기념관까지 걸어갔다.
장마 중이지만 벚꽃길을 따라 아름답게 피어오른 연꽃을 바라보면서 2만5천 보를 걸었다. 한 번쯤 가고 싶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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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초당동에 위치한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은 조선 시대 최초의 한국소설을 지은 허균과 여류시인 허난설헌 두 남매를 기념하기 위한 문학공원이다.
허균. 허난설헌기념과 전통차 체험관, 녹지공원이 있다. 생가터의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널찍한 사랑 마당이 있고 그 안에 본채가 있다.
허균의 집안은 강릉에서 5명(허엽,허성,허봉,허균,허난설헌)의 문장가를 배출한 내로라 하는 명문가였으나 사회개혁가 허균이 역모 협의로 사형을 당하게 되면서 그의 가문 역시 몰락의 길을 가게 되었다. 세월의 무상함과 쓸쓸함을 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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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보다 5살 위인 누이 초희는 남동생 허균과 함께 삼당 시인 이달에게 시를 배웠다. 난설헌에게는 글재주가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뜻이 통해 다정하게 지내던 남동생과 함께 시를 배웠던 어린 시절이 일생을 통해 가장 행복한 시간 들이었다.
스승 이달은 문장에는 뛰어나지만 서출이라 관직에 오를 수 없음을 알고 세상의 불합리에 의문을 품는다.
스승이었던 이달을 연모하고 있었지만 신분이 달라서 이룰 수 없었고 원치 않는 혼인을 하여 결국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20대의 나이에 죽고 만다.
교산은 22세에 그토록 살뜰하게 정을 나누었던 누이 난설헌과 사별을 하게 된것이다. 난설헌의 나이 겨우 27세 때였다. 강릉초당에서 태어난 초희는 어려서부터 예쁘고 총명하기 이를 데 없었고 문학적 소질은 타고났다.
7세에 벌써 시에 능하였고 8세 때에는 “광한루 상량문”을 지을 만큼 문재도 뛰어났고 그림에도 뛰어나 감히 신동이라 할만하다.
난설헌은 바느질이나 살림보다 독서와 작문을 좋아했다. 15세에 김성립과 혼인하였으나 시어머니의 눈총을 받았으며 남편과도 그리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였다.
게다가 아들딸 하나씩을 강보에서 잃고 시댁에서 소외받은 이후 더욱 시문과 독서에 몰입하게 되었다. ‘곡자’라는 시에 아이를 잃은 난설헌의 가슴을 애이는 비통함이 나타나 있다.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게 기대였구나.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가 붉게 떨어지니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달과 별과 꽃과 바람,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는 것이 없을 만큼 다정하고 소탈하였던 난설헌에게 결혼생활은 너무나 많은 속박과 장애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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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그는 더욱 시문과 독서에 열중하였다.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은 당시 양반집에서 난설헌이 꿋꿋이 도도하게 자신의 뜻을 폈던 것만 보아도 그의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빼어난 재능과 더불어 자신의 할 일과 나아갈 길을 알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문뿐만 아니라 아내로서의 임무에도 연연하였던 난설헌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난설헌에게 돌아오는 것은 쓸쓸한 고독이었다. 난설헌의 시는 현재 200수가 전한다. 난설헌의 시는 교산 허균에 의해 정리되어 중국과 일본에도 전해져 절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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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사신 주지번은 난설헌의 시를 소개받고 중국에서 난설헌집을 냈는데 당시 낙양의 종이값을 올려놓았다 할 만큼 호평을 받았다.
난설헌의 태어난 곳과 자란 곳이 강릉이지만 현재 강릉에는 난설헌을 기억할만한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자손조차 얻지 못하였으니 시댁에서 어떤 대우를 하였는지를 짐작할 만하다.
그녀의 명색을 알 수 있는 것도 시댁이 아니 친정의 가보에서다. 그러나 그가 남긴 주옥같은 200여 수의 시상은 여전히 친근하고 빼어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