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친구는 인도산 코브라에게 물렸습니다.”
“아니 그럼. 치료는?”
“그게. 좀 어렵습니다.”
“아니 왜요?
“이 병원에는 혈청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 그러면 가망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현재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뱀 장수 가운데 코브라에게 물렸다가 살아난 사람을 찾고는 있습니다만.”
어느 영화에 나오는 이 대화는 한 동물학자가 실험하던 중 인도산 코브라에게 물려서 병원에 입원한 뒤 그 친구 중 한 사람과 담당 의사 사이에 나눈 것입니다.
코브라에게 물린 사람에게는 반드시 혈청이 필요합니다. 그 혈청은 뱀 장수 안에 형성된다고 합니다. 일단 뱀에게 물렸다 살아난 사람은 그 핏속에 뱀의 독을 이길 수 있는 항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그 뱀에게 물려도 죽지 않는다. 그러나 뱀에게 처음 물리면 사람이 독사의 독을 이기지 못해 죽습니다. 이때 독사의 독을 이길 수 있는 항체를 가진 사람의 피를 수혈하면 이 사람은 살아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세계도 이와 같습니다. 어떤 사람의 마음은 고통이나 유혹을 잘 이기는 항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유혹이나 고통을 당해도 넉넉히 이겨냈습니다. 마치 장티푸스나 콜레라 예방 주사를 맞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조그만 고통 속에도 괴로워하고 실망하면서 넘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삶 속에서 어릴 때부터 고통을 조금씩 당해서 마음의 항체를 형성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요즘 많은 부모가 자식들을 사랑한 나머지 자식들이 전혀 고통을 겪지 않도록 과잉보호해서 많은 어린이가 고통에 대한 마음의 항체가 없이 자랍니다. 그런 아이들은 장성해서 어려움을 당하면 그냥 넘어지고 만다. 탈선이나 폭력 범죄 또는 정신 이상을 일으키는 이유는 대부분 이런 데서 비롯되는 현상입니다.
코브라에게 물린 의사가 항체가 형성된 뱀 장수의 피를 받고서 살아난 것처럼, 마음의 항체가 없는 사람은 마음을 열고서 고통이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항체를 가진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표범이 사람을 죽였다! 창을 가져와라! 창을!”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이 사는 정글 깊숙이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번은 추장이 마을 앞을 지나가다가 아이들이 고양이만 한 표범 새끼와 놀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추장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건 표범 새끼가 아니냐?” “예 알아요. 추장님.” “이놈은 죽여야 해. 표범 새끼는 언젠가는 큰 표범이 돼.” 하면서 창을 높이 쳐들었다. “안 돼요! 추장님. 이놈은 지금까지 죽만 먹었어요. 보세요. 이렇게 순해요. 고기만 먹이지 않으면 돼요.” 하면서 아이들은 애원했습니다.
과연 표범 새끼는 매우 순했습니다. “그래도 죽여야 해.” “아니에요. 죽만 먹일게요. 그러면 돼요.” 결국 추장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새끼 표범을 바라보다가 아이들을 못 이겨 그냥 뒤로 돌아섰습니다.
그날 뒤로 아이들은 더욱 표범 새끼에게 마음을 쏟았습니다. 표범은 죽만 먹고 자랐습니다. 한 달이 가고 일 년이 가고 어느덧 표범은 다 자란 어미 표범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과 같이 뒹굴며 잘 놀았습니다. 이제 이 표범은 어린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표범과 놀던 아이 중 한 아이가 발을 잘못 밟아 벼랑 밑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아이들이 깜짝 놀라면서 벼랑 아래로 달려갔습니다. 그때 표범은 다른 아이보다 먼저 벼랑을 뛰어내려 떨어진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떨어진 아이는 무릎을 다쳐 피가 심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표범은 피를 보고는 다가가서 혀로 닦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표범은 자신도 모르게 피를 빨고 있었고, 갑자기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죽만 먹던 표범이 피 맛을 본 것입니다.
표범은 그 큰 앞발을 들어 울고 있는 아이 가슴을 찢었고 뒤따라오는 아이들에게 뛰어들었습니다. 아프리카 정글 속 행복했던 작은 마을에 표범 한 마리를 용납함으로 슬픔과 두려움이 휩쓸게 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작은 마을에도 그러하다. 돈을 향한 강한 욕구를 그냥 둬 도박장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심지어 도둑이 되어서 비참한 나날을 보내는가 하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쾌락을 억누르지 못해 술이나 마약중독자가 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새끼 표범이 자라나 무서운 표범이 되듯 죄악의 욕망도 그러합니다. 건강한 마음과 연결되면 새 마음이 흘려와서 행복하게 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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